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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정서신체감각

2015.06.28 16:25, 분류없음 게시판 - Pectus Solentis
"정말로 가치있는 열정이라면, 네 주변 사람들이 알아보고 도와줄 것이다" 라는 금언이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라면 그 말이 옳은 격률로써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가치있는 열정"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스러져간 사례를 많이 알고 있고, 자기 스스로 자신의 열정이 정말로 가치있는 열정인지 - 남들이 볼 때는 충분히 가치있는 열정이 맞음에도 - 스스로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사례도 많이 겪어보았다.

실은 열정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결정권을 내용으로 하는 감정에서도 그런 경우를 많이 보았다. 마음에 안 들면 표현을 하라고? 당신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으면 그 상대방이 표현을 했을 거라고? 나는 본인의 성격상 그런 것들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 아마도, 내 자신의 경우를 포함하여 - 많이 만나보았다.

- 뭐, "*정말로 가치있는 열정이라면, 네 주변 사람들이 알아보고 도와줄 것이다* 라는 격률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성립하지 않는 격률이며,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열정이 정말로 가치있는 열정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라는 명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본 셈이다.

- 1. 내가 지금까지 저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변으로 찾아낸 것 중 하나가 바로 '정서신체감각'이란 것이다. (어차피 읽을 사람들은 이 블로그의 이전 글들에서 다들 읽으셨을 것이므로) 여기다가 그 자세한 논증을 쓸 깜냥도 없고 그럴 이야기도 없지만, "의지"나 "욕구", "혐오" 등의 감정은 그 감정을 갖는 사람들의 '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데 그 감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몸의 반응'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열정을 상대방에게 공감될만한 형태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화병 같은 케이스를 이야기하는 것 맞다. 참고로 나는 실제로 의사에게서 발급받은 화병 진단서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하하하.)

- 2.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케이스가, "본인의 열정에 수반되는 '정서신체감각'을 본인 스스로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 라는 단 하나의 설명만으로 설명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본인의 열정이 무조건 옳은 열정일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신병자라고 봐야 한다.
"본인의 열정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공감시킬 수 없는 사람들"과 "보통 사람들"의 차이점 중에는,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열정이 공감을 받을 수 없는 열정임을 (무의식적으로라도) 느꼈을 때 그 열정을 상대적으로 더 미련없이 포기할 수 있을 것이지만, "본인의 열정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공감시킬 수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서는 자신의 열정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없는 열정임을 알게 되었어도 그 열정을 포기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 2-1. 나는 이 경우 역시도 '정서신체감각'이 한 가지 답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일으킬만한 일을 겪어보았다. 나 자신이 이 글에서 말하는 "그런 사람"인 (적어도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있는) 현실에서, 나는 내 열정을 담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했을 때 냉담한 반응이 돌아오면, 그 때의 소외감(?)을 정말로 견디기가 힘들었다.
이런 소외감이 내 정서적 상처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는 훨씬 더 심했는데, 내가 스스로 내 정서적 상처를 털어놓았을 때, 듣는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겠다는 마음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경우에도, 또는 감성적인 공감을 보내주는 경우에도, 그런 소외감을 어김없이 느꼈던 것이다. 사람들이 공감을 보내준다고 한들, 문제를 고치는 것은 나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한다는 Veritas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종강파티 때 한 선배님이 나한테 해주셨던 말씀을 들으면서, 그 자리에서, 또 집에 돌아와서도, 예전에 느꼈던 그 소외감이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전에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때와 달리, 그 소외감이 역시 "몸으로" 느껴지는 것을 겪었다. 그 소외감이, 내가 계속 물리치료를 받고 있었던 그 근육통을 자극하는 일을 겪었던 것이다. 그 일을 겪고서, 이 문단에서 말하려 하는 것 (자신의 열정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없는 열정임을 알게 되었어도 그 열정을 포기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는 경우) 또한 본인의 '정서신체감각'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서 그렇게 되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본인 스스로의 성찰에 의해서 그 열정이 잘못된 열정임을 알아채고 스스로 포기하는 (또는 잘못된 열정임을 알아도 아집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이 논변에서와 비슷한 이야기를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다.

- 2-2. 하지만, 애초에 열정 그 자체의 형성 자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형성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지금까지 답변으로 제시한, '정서신체감각'을 성찰하는 방법은, 자신의 열정이 어떤 방식으로든 저항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야 쓸 수 있는 방법이라는 문제가 있다. - 1 번 문단에서 언급한 '화병'의 경우는 본인의 정신적 정서적 상태 그 자체가 본인의 열정에 저항으로 작용하는 경우이고, - 2-1 번 문단에서 언급한 그 상태도 어떤 "무시할 수 없는 객관적 인과율" (한 가지 표현으로는,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라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이 저항으로서 작용하는 경우이다.
나는 나 자신만의 경우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 처한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었다.
실제로 보통 사람들이라면 다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꺼려할, 아니 그런 열정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될 수 있을 열정들의 예를, 필자로서도 몇 가지 어렵지 않게 들 수 있다. 강간범에게서 자주 보일만한 "나는 이 여자가 이 세상의 온갖 고통을 맛보며 망가지는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싶다" 라는 열정이라던지, 그런 것 말이다. 보통 사람들이 이런 변태적인 열정을 무의식에서라도 떠올린다면, 잠시 스쳐지나가는 '기발한' (반어법이다.) 생각으로 떠올린 그 1초도 안 되는 그 순간에마저 온갖 소름돋는 감정들이 함께 떠올라 스스로를 자제시킬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애초에 저런 변태적인 생각을 떠올리지도 않고, 떠올리더라도 그런 생각에 "열정"을 걸어두지도 않는다. 저런 생각에 "열정"을 걸어두고 실행까지 해 버리고 마는 싸이코패스 범죄자들의 경우와 아예 저런 생각을 떠올리지마저 않는 "보통 사람들"의 경우는 어떻게 구분되는 것일까?
그 열정의 내용 자체에 "건전한" 열정과는 정말 너무도 큰 차이점이 있다는 것은, 그 본인이 저런 싸이코패스 범죄자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열정 아닌 열정을 내면적 저항에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떠올리지마저 않을 수 있는 것은, 어떤 정신적 기제가 작용하기 때문일까.

이 글에서 제시한 질문에 대해서, 완벽한 대답은 바라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겪고 있는 실제의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답변이라도 얻어낼 수 있다면, 내가 4년이 넘게 겪고 있는 이 방황은 값어치를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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